2024. 5. 13. 16:48ㆍ말씀 묵상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를 처음 보았을 때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낙동강 천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되다"
조그만 연못에서 운치있게 품어내는,
물의 흐름과 분위기는,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의 발원지다웠습니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힘차게 솟구치는 물줄기로,
한국인의 기상과 미래를 보여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무공해 청정으로 소문난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은?
나에게 발상을 전환하게 만들어 준,
신세계였습니다.
작고 초라한 것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고쳐주는,
의미있는 기제로 작동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예게게 이게 발원지야?"
라며 콧방귀를 끼고 돌아서는데.
"그게 바로 네 모습이야!"
라고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가,
오랫동안 내 가슴을 울렸습니다.
시작부터 거창할 수도 있습니다.
출발부터 품위와 기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작은 미약해도 얼마든지 창대할 수도 있습니다.
데미샘이 내게 가르쳐 준 교훈입니다.
이 산 저 산,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들이고,
합류하는 냇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마침내 한국에서 가장 운치있는 섬진강으로 거듭나다니요?
프로테스탄트!
카톨릭을 마다하고,
종교개혁 대열에 선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저항하는 사람들.
항거하는 사람들.
교황청과 신성로마제국에서,
반대세력으로 낙인찍기 위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타락하고 곁 길 가던 기득권 세력에,
목숨 걸고 저항하며 바른 길과 믿음을 추구했던 사람들로 기억하면서,
스스로를 수시로 돌아보게 만드는 용어입니다.
나는 과연 잘 믿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신앙인답게 살고있는가?
"바나바가 사울을 찾으러 다소에 가서
만나매 데리고 와서
둘이 교회에 일년간 모여 있어
큰 무리를 가르쳤고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행 11:25-26)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성경은 변화된 상황을 고려해서,
긍정적으로 기술했습니다만.
처음 사용될 때는?
아무래도 경계하며,
약간 조롱하는 투로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예수 쟁이 쯤 되는 칭호로!
루터의 종교개혁을 지지하며,
개혁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을,
겁주고,
낙인 찍어,
세력을 약화시키러고 붙였던 이름,
그 이름 프로테스탄트!
공산당 식으로 표현하자면?
반동분자!
그런데 그 이름,
프로테스탄트가,
멋지고 떳떳한 이름이 되었으니,
어찌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바로 그,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의 시원지.
신성로마 제국의 제국의회가 열렸던 곳.
독일의 역사적인 도시 슈파이어.
슈파이어를 둘러본 소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칠하려던,
프로테스탄트라는 칭호를,
긍정적으로 바꿔 오기까지,
믿음의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물론 그 제국의회가 열릴 때,
루터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만.
결국은 루터가 피고석에 앉은 셈입니다.
모든 자유가 박탈되고,
신변의 보호가 불법과 범죄가 되는,
선의의 협조를 불법과 범죄로 처단하는 신성로마제국의 제국의회 결의.
서슬퍼런 교황의 권위와,
황제의 으름장을 견뎌내고,
오늘의 개신교라 칭하는 프로테스탄트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의 시원지인 슈파이어!
슈파이어에 보란듯이 우뚝 선,
기념교회를 둘러보고,
교회당 입구에 우뚝 선 루터 상을 보면서 새롭게 다짐해 봅니다.
역사가 말해 줍니다.
하나님께서 최종 심판하십니다.(고전 4:4)
사람을 두려워 말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살리.(마 10:28, 잠 29:25)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
2024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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