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 15:47ㆍ말씀 묵상
고 2학년 때부터 안경을 끼었으니 55년을 안경과 함께 살았습니다.
안경의 도움을 받았으니 망정이지,
안경이 없었더라면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살았을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노안이 되면서 나도 몰래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가 잘 안보이니,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아예 그 작은 글씨들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것들은,
돋보기를 들이대고 조심스럽게 보거나,
혹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서 봅니다.
백내장 수술을 하기 전 일입니다.
어느 날 새벽기도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목양실의 은혜와 축복을 누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찬란한 햇빛을 받는 건물의 글씨가 희미합니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건물의 용도를 드러낸 상호가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안경을 벗어도 보고,
안경을 닦아도 보았습니다만,
역시 희미합니다.
이상하다.
왜 이러지?
이번에는 한 쪽 눈을 가려보았습니다.
오른 쪽 눈을 가리면 희미하고,
왼 쪽 눈을 가리면 아예 글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백내장 수술을 받고서야,
사물이 선명하고 깨끗하게 보입니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 몇 년이 지난 다음,
책을 보는데 글자가 이상합니다.
토요일인지라 이상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주일 예배시간에 설교 원고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히 설교 원고에 의존하지(?) 않고,
설교를 해왔기에 위기(?)를 잘 넘겼습니다만.
물론 예배 전에,
교인들에게는 이실직고를(?) 했습니다.
다음 날 안과에 가서 진찰을 해 보니,
백내장 수술 후 붙여 둔 렌즈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실력과 경험이 많은 안과 의사로서도,
거의 처음 보는 사례라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담당 의사와,
다른 분야의 전문의가 협진한 다음에,
떨어진 렌즈를 다시 붙여서 잘 보고 있습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 5:8)
마음에 청결이라는 렌즈를 끼면 하나님이 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이라는,
구원의 비밀을 깨달은 사람이라야 하나님을 봅니다.
사람의 행위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어서,
독생자 예수님을 대속제물로 십자가에 내어주신,
바로 그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그 믿음으로 마음이 청결하고 깨끗해진 사람이라야,
비로소 복음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울의 눈에서 편견이라는 비늘이 떨어질 때,
비로소 예수님이 메시야로 보였습니다.
바리새인 사울의 눈에서 율법주의라는 비늘이 사라질 때,
하나님의 사랑으로 오신 중보자 예수님이 보였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울의 편견처럼 마땅히 죽을 죄인이 아니라,
온 인류의 죄를 대속하려고 십자가를 지신,
하나님께서 대속물로 보내신 그리스도라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리새인 사울에게서,
율법주의라는 비늘이 떨어진 것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될 때,
마음이 청결하고 깨끗해져서,
하나님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마음에 잡 것이 끼지 않고 순수하고 정결한 사람.
회개하고 돌이켜 생각을 바꾼 사람이라야 하나님이 보입니다.(행 3:19)
"옛 사람과 그 행위를 벗어 버리고
새 사람을 입었으니
이는 자기를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지식에까지 새롭게 하심을 입은 자니라"(골 3:9-10)
마음 가짐.
생각의 태도.
세상과 사물과 사건을 보는 안목이 달라지면,
세상의 모든 것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과 능력이 보입니다.(시 19편, 롬 1:20)
사도 요한이 계시록에 기록한 것처럼,
때로는 안약을 사서 발라야 비로소 하나님이 보입니다.(계 3:18)
천하의 범사가 은혜로 보이고,
하나님의 능력의 손길로 역사함으로 보일 때,
그것이 최고의 은혜요 축복이며,
영안이 열린 삶입니다.(고전 15:10)
마음이 청결하여,
하나님을 보고 사는,
밝은 눈 복된 삶이 은혜요 축복입니다.(마 6:22, 고전 13:12)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
2024년 5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