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를 위하여

2024. 5. 7. 09:24말씀 묵상

산상보훈 8복을 읽을 때마다, 
빚진 자의 심정이 되는 말씀이 있습니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 5:10)

청년 시절 절반쯤을 박정희 통치 아래서 살았습니다.
그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만.

삼선개헌을 시도할 때,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영구집권인 유신을 선포할 때는 온 세상이 잿빛이었습니다.

1972년 10월 17일, 
헌정이 올스톱되고, 
유신체제가 도입되던 날,
청명한 가을이어야 할 그 좋은 가을 날이,
얼마나 음산하고 을씨년스럽던지요?

마치 훗날 박정희의 최후를 보았던 10.26을 닮은 듯한 날씨였습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

얼마나 많은 청년들과 민주인사들이, 
10월 유신으로 말미암아,
얻어 맞고, 
투옥되고,
죽어나갔는지,
역사가 기록하고 증명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대학생활과 청년시절을 통과한 까닭에,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보면 빚진 자의 심정이 됩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조국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
인권과 경제적 평등을 위해서,
수고하고 땀을 쏫으며, 
피를 흘린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존경심이 교차하는, 
빚진 심정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분들이 현실 정치에서 조금 부족한 면이 드러날 때에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좀 더 잘하기를 기도하는 것으로 빚진 심정을 대신합니다.

왜요?
여전히 빚진 자의 심정이니까요!

민주와 정의를 사모하던 젊은 시절을 통과하면서,
목회자로 부르시는 소명에 불순종하다가,
매를 맞고 돌이킨 까닭에,
"목사의 소명"을 완수하는 일을 마치기까지는,
다른 것에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던 까닭입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군사 독재와 철권 통치 하에서는, 
정교분리라는 미명하에, 
독재와 군부통치에 대하여,
입도 뻥긋하지 않던 분(?)들이,
민주화가 진행되고,
박해가 사라지자,
귀신(?)같이 알아채고,
목숨을 거는듯한(?), 
비장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의를 위하여!
복음을 위하여!
주님을 위하여!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복음이 편만하게 성취되는 세상을 위하여!

손해도 보고,
박해를 당하고,
온몸으로 의를 위할 때,
천국의 축복을 누릴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8복을 다시 음미합니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목사들이 좀 염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독재 시절에는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박해가 사라지고 민주화가 성취되니,
보란듯이 이념에 목을 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올바른 신앙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롬 2:24절 말씀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통치에 침묵했다면?
거기다가 전두환 철권에 비단길을 깔아주었다면?

반대 편에 선 사람들의 집권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침묵하거나,
협조하며 기도하는 것이,
오히려 양심적이지 않을까요?

그것이 정교분리에 부합하는 일관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마치 독립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결연한 표정으로,
편향된 이념으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대부분(?) 조작된 가짜 뉴스를 퍼나르며,
복음을 전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측은하고 안타깝습니다.

적어도 목사라면?
최소한 지성을 갖춘 건전한 신앙인이라면?

사회와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서,
회복탄력성을 담보하는, 
선박 평형수 노릇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양 극단은 언제나 위험합니다.
극좌 진보도 사회 안녕을 헤치거니와,
극우 보수 또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조국의 발전과 산업화에 앞장 선 분들에 대한 빚진 심정과,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하여 온 몸으로 희생한 분들에 대한 빚진 마음은,
오늘의 번영과 자유를 누리는 모든 구성원들이,
피차 인정하고 간직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일 터.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주님의 말씀을 다시 음미합니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대명천지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가 성취된 나라.
경제와 복지와 번영을 이룬 나라.

예수님을 믿는다고 누가 박해합디까?
교회와 복음을 위한다고 박해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주님을 위해 조금 손해도 보고,
복음을 위해서 조금 양보도 하고,
교회와 믿음이 대다수 구성원들에게 인정을 받도록,
생명의 향기되어 사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참여하지 못한 부분을 감당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빚진 자로서 올바른 선택일 것입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

 

2024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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