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롯과 동방 박사들

2023. 12. 22. 11:06말씀 묵상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입니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폭발물을 호송하던 군시절에,
폭발물을 실은 기차 화물칸에 누워서 터널을 지나다니던 경험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 토목 기술의 엄청난 발달로, 
해저 터널과 하저 터널이 여기저기 널렸습니다.
그리고 발전이 된 만큼 터널도 불빛으로 환합니다.

하지만 4-50년 전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이었습니다.
그래서 철로에 건설된 터널은 어두움 그 자체였습니다.

짧은 터널이야 잠깐이면 빠져나가지만, 
긴 터널을 지나는 데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칠흑같은 어두움의 시간에, 
"내가 과연 존재하는가?"를 확인하려고,
내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았습니다.

내 몸이 만져지는 것 말고는,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만져지는 것으로 내 존재를 확인했던 그 때의 느낌은,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결코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두움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새롭게 나타난 풍광은 전혀 느낌이 다릅니다.

어디 풍광뿐이랴?

코끝에 스치는 공기조차도, 
터널 속과 터널 밖은 하늘과 땅처럼 차이나게 느껴졌습니다.

낮은 그렇다치고, 밤은?

밤에도 폭발물을 실은 화물칸에서 그대로 지내기 일쑤였으니깐요.

그런데 바로 그 밤은 터널 안과 터널 밖이 별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긴 터널을 빠져나가도 여전히 어두운 밤이었으니깐요.

헤롯이 유대의 왕으로 다스리던 시대가, 
긴 터널을 빠져나가도 여전히 어두움이었던, 
밤 중에 긴 어두움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것 같은,
역사적으로 암울한 시대였습니다.

그리스와 로마가 패권을 주고받고,
유다는 부패하고 무능할 뿐아니라, 
수시로 왕조가 교체되다가,
에돔 사람 헤롯이 뇌물과 처세술로 유다의 왕으로 다스리던,
소망 없는 어두움의 시대였으니깐요.

바로 이렇게 어둡던 시대에, 
예수님께서 유대 땅 베들레헴에 성탄하신 것입니다.

할렐루야!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마 2:1)
     
각설하고,
어두움의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시점인 동지를 지나서, 
성탄절을 정한 것은 다시 말하지만 최선의 선택이라 할 것입니다.

마치 헤롯이 다스리던 어두움의 시대를 마감하고,
세상의 빛으로 오신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는 새 시대를 여는 것처럼.

그러나 시대가 그렇다는 것이지,
주님은 세상의 빛으로 오신 것이지.
세상을 다스리는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닙니다.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면 신앙이 복잡해집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중략....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 18:36)

예수님은 세상의 구주로 오신 것이지,
유대 땅의 왕이나 유대인만을 위한 메시야로 오신 것이 아닙니다.

동방 박사들.
하늘의 별을 보고 연구하던 사람들이 먼 길을 찾아 옵니다.

자기 땅 유대에 오신 메시야를 유대인은 몰라 보고 배척했지만(요 1:11),
먼 곳 동방에서 박사들은 거칠고 어두운 길을 멀다잖고 찾아온 것입니다. 

"자기의 일에 능숙한 사람이 왕 앞에 설 것"이라는,
잠언 22:29절 말씀은 여러 각도에서 음미해보면 참 재밌습니다.

자기 직업에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이,
왕같이 존귀한 대접을 받게된다는 지혜의 말씀입니다만.

자기 전문 분야에서, 
하나님의 능력과 섭리를 깨달아서, 
예수의 이름을 높이고,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고,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부르고 시인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라는, 
계시의 말씀이라는 것을 부인할 필요는 없으리라.(빌 2:10-11 참조)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성탄 시즌은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 1:20)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시 19:1-4)

"에바다"

귀를 열고 들어야 할 것입니다.
눈을 뜨고 보아야 합니다.
입을 열어 외쳐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구주로 탄생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내 죄를 해결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죄도 용서하시시고 구원하십니다.

예수 믿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

 

2023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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