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8. 12:17ㆍ말씀 묵상
말과 글은 묘합니다.
그냥 내뱉은 말이 상대방에게 큰 힘이 되기도합니다만.
때로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줍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오랜 생각과 각고 끝에 준비된 말이라야,
듣는 사람에게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작가가 책상과 씨름하며,
뼈를 깎는 수고 끝에 건져낸 글과 대사가,
책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의 판도를 좌우합니다.
물론 배우가 피를 말리며 연습하고,
갈고 닦은 탄탄한 기본기에,
혼을 갈아 넣는 연기를 더할 때에,
비로소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고,
본방을 사수하며 열광하는 팬이 됩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5-6)
시인의 이 고백과 바람과 간증은?
경건을 연습하고 연마하며,
경건의 신비와 능력을 더해주는,
영적으로 진보케 하는,
진리의 말씀입니다만.
인간 대소사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물의 필연적 귀결이라 할 것입니다.
목이 말라야 물을 찾습니다.
뭔가 아쉽고 모자라야 주님을 찾게 됩니다.
40년 목회 중 체득한 중요한 실체적 진실 하나.
뭐라 강조하지 않아도 기도가 가장 풍성할 때는?
바로 대학입시라는 시즌입니다.
수험생을 둔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집에서만 올리는 기도로는 부족함을 느끼는지,
새벽기도회에 나오시면서 기도 한스푼을 얹습니다.
자녀나 손주들의 상황을 설명하고 기도 청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의 입시나 취업은?
부모가 기도에 분발하고,
경건에 진보를 이루는,
최고의 찬스로 활용할 계기입니다.
우리를 기도 분발로 이끄는 약속의 말씀은?
경건의 신비로 이끄시는 주님의 동기 유발 말씀은?
"구하라..찾으라...두드리라..."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 7:11)
하늘 아버지에 대비되는,
"악한 자라도"는?
모든 육신의 아버지가 악하다고 전제한 말씀은 아닙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늘 아버지 하나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모자랄 수밖에 없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잘못 판단하기 십상인,
연약한 인간실존을 인식케 합니다.
바로 그 "아버지"는,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에서 몬주익을 치고 달리며,
마라톤 금메달을 따던 날,
하늘나라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주일이었는데,
헌신예배 설교를 맡았던 날,
꼼짝 달싹 못하고 주일과 저녁 헌신예배까지 마치고서야,
싸늘하게 식은 아버지를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아버지께 다하지 못한,
자식의 도리를 생각하니,
뜨겁게 솟아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길게 눈물을 수습하고 나눈 묵상에,
그동안 나눈 그 어떤 묵상보다도,
더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자기 아버지를 돌아보게 해줘서 고맙다는 둥.
그 때 이 불효자는 어디에 있었느냐는 둥.
아버지를 생각하고 많이 울었다는 둥...
누님이 단 댓글을 보니,
세상에나...
그날이 하늘나라 가신 아버지의 생신이었습니다.
음력으로 9월 23일.
흠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은,
육신의 아버지일지라도,
당신의 자식들에게만큼은,
당신 생각과 판단으로는,
가장 좋은 것으로 주려고 몸부림하시거늘!
하물며 하늘 아버지시랴?
하늘 아버지는 모든 지각에 뛰어나십니다.(빌 4:7)
하늘 아버지는 우리에게 유익하도록 가르치시고,
우리를 마땅히 행할 길로 인도하십니다.(사 48:17)
하늘 아버지는 우리의 모든 것을 감찰하며 아시고,
전후를 두르시며 감싸고 손을 들어 축복하십니다.(시 139:1-6)
하나님에 대한 시인의 다음 고백이 나와 그대의 것이기를!
"하나님이여
주의 생각이 내게 어찌 그리 보배로우신지요
그 수가 어찌 그리 많은지요
내가 세려고 할지라도
그 수가 모래보다 많도소이다
내가 깰 때에도 여전히 주와 함께 있나이다"(시 139:17-18)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
2024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