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5. 10:58ㆍ말씀 묵상
예수님의 산상보훈에는,
상식과 상정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교훈이 많습니다.
팔복의 두번째 말씀도 그렇습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 5:4)
애통하는 자.
슬퍼하는 사람.(새번역)
지금 우는 자.(눅 6:21)
아무리 생각해봐도,
울고 슬퍼하고 가슴치며 애통하는 것을,
복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유대인에게는,
애통이 하나님의 진노를 멈추게 하며,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을 나타나게 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해석은,
그나마 수용할 만 합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국가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면,
광장에 모여 기도하고,
가슴을 치고 울며,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렸습니다.(시 126:5-6)
오늘날 쓰는 용어로 말하자면 "금식기도회"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해석하기 어렵다고 그냥 넘어가기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모른채 할 수야?
힘들고 어려워도 한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말씀만 하소서"(박완서)
아들을 앞세우고,
살 소망이 끊긴 상태에서,
절절한 아픔을 토해내는 참척의 슬픔을,
애간장이 끊어지고 잘라내는 심정으로 쓴 글(?)입니다.
아들이 먼저 갔는데.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세상이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이상합니다.
해라도 멈추고,
달이라도 어두워지면,
그나마 슬픔이 덜어지고,
아픈 것이 위로가 될 터인데.
어미인 작가 자신도 힘들지만 살아있고,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대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더 힘들고,
그래서 더 슬프고,
그래서 더 아픕니다.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해봐도,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통곡하며 토해낸 절규가,
"한 말씀만 하소서"였습니다.
박완서 선생의 책을 읽고,
목회하면서 지킨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목사가 가장 많이 하는 것 중 하나가 장례식에 가는 것입니다.
장례식을 집례합니다.
슬픔을 당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조문합니다.
울어야 할 때는 그냥 울었습니다.
설교하다가도 울고,
기도하다가도 울고,
눈을 마주치며 울고.
울어야 할 때는,
말을 섞지 않고 그냥 울었습니다.
가만히 곁에 서서 울고,
눈을 마주치며 울고,
때로는 손을 잡고 울었습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그리고 기도와 설교 외에는 최대한 말을 삼갔습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위로가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아니깐요.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감당하던 남편을 앞세우고,
삼남매와 시부모를 건사해야 했던 분의 고백입니다.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하늘 같던 남편을 앞세우는 큰 일을 치루고보니,
다른 모든 일이나 문제는 사소하게 보이던대요."
먼저 간 남편이,
가족들의 걸음을 교회로 인도한 까닭에,
주님의 위로를 경험하고,
담대하게 믿음으로 사는 모습이,
너무 귀하게 보였습니다.
인내하는 자를 복되다 하고,
욥의 인내를 들었고 보았으며,
주님께서 베푸신 긍휼을 확인했습니다만.(약 5:11)
어느 누구도,
욥과 같은 환난과 시험과 역경에 처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수동형 동사가,
미래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슬픔과 애통은,
당현하게 현재의 위로도 필요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하늘의 위로와 약속된 소망이어야,
진실한 위로가 될 것이라는 의미가,
농축된 단어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곁으로 불러 말씀하시고,
함께 계셔서 슬픈 마음을 만져주시며,
하늘의 소망을 더해 주실 때,
비로소 진정한 위로를 받게 되리라.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3-4)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
2024년 4월 25일
'말씀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리고 목마른 자 (0) | 2024.04.29 |
---|---|
온유와는 거리가 먼 사람 (0) | 2024.04.26 |
심령이 가난한 사람 (0) | 2024.04.24 |
산에서 읽는 산상보훈 (0) | 2024.04.23 |
소문은 퍼지고 사람들은 따르고 (0) | 2024.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