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3. 09:48ㆍ말씀 묵상
"한 강"을 읽었습니다.
조정래 작가님의 "한강"말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 강"을!
어떻게 사람을 읽느냐고요?
당연히 그 분이 쓰신 작품으로 읽지요.
그동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만.
우리 말로 쓴,
오리지널(?) 노벨문학상 작품을,
우리 글로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요 축복이며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 강"작가의,
수고와 땀으로 이룬 쾌거로 말미암아,
미처 꾸지도 못한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물론 박경리와 조정래 그리고 황석영을 읽으면서,
이 분들의 작품이 잘 번역이 될 수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으리라는,
은근한 기대와 소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분들은,
번역과 국력(?)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는,
걸출한 한국 문인들의 어깨 위에서 이루어진,
멋지고 아름다운 결실이라 할 것입니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소설 <채식주의자> <흰> <작별하지 않는다>와,
그리고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평생 책을 읽으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책 읽는 속도로 말하자면,
5일 이나 한 주간이면 충분할 터인데....
한 달을 넘어 40 여 일이 결렸습니다.
어렵더냐구요?
아닙니다!
계속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요?
눈물을 닦고,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을 가다듬느라고.
청년 시절에,
<일제 36년사>와 <광복 20년>을 읽으면서,
일제의 만행과 독재자의 폭력에 몸을 떨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나는 광주 사람입니다.
광주에서 태어나서 초,중,고,대를 나온,
뼛속까지 광주 사람입니다.
그러나 광주를 말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5.18을 말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왜요?
광주와 5.18을 말하자면,
나도 몰래 뚜껑이 열리고,
입이 거칠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목사 노릇(?)을 그나마 하려면,
궁여지책으로,
그 말들을 가슴에 묻어 둬야 했습니다.
그러니 4. 3을 쓴 <작별하지 않는다>와,
광주를 쓴 <소년이 온다>를,
쉽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구가 습해져서,
눈물을 닦느라고,
가슴을 진정시키느라고,
그리고 목사로로 목사의 기본(?)을 지키려고!
가슴 깊이 새긴 결론은?
"한 강"작가님, 고맙습니다.
"한 강"작가님, 응원합니다.
"한 강"작가님,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서 많은 역사를 이루시니 생긴 일입니다.
"예수께서 무리가 자기를 에워싸는 것을 보시고 건너편으로 가기를 명하시니라"(마 8:18)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의 처세훈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리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건너편으로 가기를 명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이 에워쌀 때,
노를 젓지 아니하셨습니다.
오히려 성찰의 시간으로,
기도의 시간으로 선용하셨습니다.
왜요?
군중은 머리 없는 괴물이니깐요!
하늘나라로 이사 가신 목사님께서,
떨리는 손으로 써주신 손 글씨는 여전히,
제 책상 유리 아래 선명합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사람들을 삼가라"(마 10:16-17)
내게 오늘 선명한 글씨는"
"사람들을 삼가라"입니다.
새번역은 "사람들을 조심하여라"입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
2024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