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에 만난 눈보라

2024. 6. 24. 11:46말씀 묵상

오랜만에 몽골을 다녀왔습니다.

동기 목사님부부 20 여명이, 
여전히 현역 처럼 몽골에서 선교 중인, 
동기 목사의 선교지 탐방과 몽골 문화탐방을 위해 작년부터 계획된 여정입니다. 

몽골 여정에 가장 좋다는 6월 중순 이후로 4박 5일을 잡았습니다.

사전 정보를 주고받는 단톡방에 현지에서 수고하는 분의 공지는 다소 떨떠름(?)했습니다.

몽골은 날씨 변화가 심해서, 
하루에도 4계절을 경험할 수 있으니, 
겨울용 패딩과 내의 그리고 여름용 반팔을 함께 가져오라는 것입니다.

다소 포(?)가 심하다고 느꼈지만,
어쩌겠습니까?

현지에서 생활하는 분의 말을 믿고 들어야지요!

캐리어를 챙기면서도,
부피가 큰 패딩을 줄여서 싸면서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이걸 꼭 싸야 되?
그래도 선생님(?) 말을 들어야지!

오랜만에 만난 동기 목사 부부들은 인천공항에서부터 즐거웠습니다.

아침에 출발하는 항공편인지라, 
거의 대부분 잠을 설쳤을 것인데도, 
여기저기 재잘재잘 웃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자주 보는 친구도 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있고,
거의 40 여년 만에 만난 친구도 있었습니다.

담임 목회 잘 감당하다가,
몽골 선교로 17년 째 헌신 중인,
허토벤(?)은,
인재 개발로 길러낸 몽골 제자의 표현을 빌리면,
"몽골에 처음 오실 때는 까만 머리에 하얀 얼굴로 오셨는데, 지금은 머리는 하얗고 얼굴은 까매지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으로 감당했던 선교의 흔적과, 
여러가지 결실들을 듣고 보고 확인하면서, 
함께 감사하고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선교를 공감했습니다.

마지막 밤은 몽골 문화체험과, 
밤하늘의 별을 기대하며 겔에서 잤습니다.

밤하늘의 영롱한 별을 기대하며, 
남녀 유별(?)하여,
4명씩 들어간 겔은,
오래 전에 경험했던 겔에 비하면, 
많이 현대화(?) 된 겔이었습니다.

오래만에 한 방(?)에서 지낸 목사들끼리의 밤은, 
별이 아니어도 마냥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몽골 연평균 강수량이 250미리 쯤 된다는데,
겔에서 보낸 그날 밤에 그치지 않고 내린 비의 양은?

측우기가 없어서 측정은 못했지만, 
밤새 쉬지 않고 초원의 별을 대신(?)해 준 수면제 같은 빗소리를 계량(?)하면,
최소 100미리에서 최대 150미리는 되었으리라.

밤하늘 영롱한 별을 대신하여,
쉬지 않고 밤새 쏟아지는 빗소리를 겔에서 듣는 체험은,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침에도 여전히 내리는 비를 뒤로하고, 
공항으로 출발할 때까지는 몰랐습니다.

공항이 가끼와지는데, 
버스에서 보니, 
쏟아지는 비와 부는 바람이 묘하게 달라집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쏟아지는 비를 피하고, 
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정신 없이 캐리어를 옮겼습니다.

울란바타르 신공항 내부에까지 찬바람이 들어오는데,
밖을 보니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꿔집니다.

툴툴거리며(?) 넣어 온 패딩을,
"허토벤 고마워!" 하면서, 
감격하며 꺼내 입었습니다.

삐딱하게 말을 안 듣고,
패딩을 안 넣었더라면?

덜덜 떨다가 감기 몸살에 불순종한 댓가까지 치뤘으리라!

자고로 어머님 말씀과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한다니까!

허토벤!
짐 싸면서 툴툴거려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습니다.

우리 보다 먼저 출발하는 항공편부터 딜레이 안내가 뜨더니 마침내 캔설로 바뀝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에 출발한다는 싸인과 항공사 공지가 문자로 옵니다.

비상 상황입니다.
은퇴한 목사들이지만, 
나와 다른 친구는 주일 설교를 맡았습니다.

주님!
하루는 괜찮지만 이틀이면 곤란합니다.

주일 예배에 감당할 설교를, 
갑자기 다른 분에게 부탁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비행기가 뜰 수 있도록 간절하게 기도하며 울란바타르 도심으로 오는 길.
24절기 중에서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짓날인데 밖에 눈이 쏟아집니다.

하지에 눈보라라?
북반구에서 사는 사람으로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몽골에서 17년째 선교 중인 허토벤도, 
6월 10일쯤 내린 눈이 가장 늦게 경험한 눈이라는데....

그 기록을 열흘이나 갱신하고, 
어쩌다 몽골에 온 우리 일행들이 맛보고 누리다니요?

중간에 용무(?)를 위해서 버스가 멈췄을 때,
들판(?)에서 일을 보던 친구들은,
눈보라와 함께 방향을 바꾸는 바람 덕(?)에,
온 몸을 360도 회전하며 볼 일(?)을 봤습니다.

하지에 만난 눈보라.
일생 잊지 못할 진귀한 경험입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을 보라
하나님께서 굽게 하신 것을 누가 능히 곧게 하겠느냐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 7:13-14)

주님.
하지에 만난 눈보라 감사합니다.

그리고 맡겨진 설교 감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

 

2024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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