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를 벧엘로

2021. 8. 2. 23:41말씀 묵상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고 고백한 야곱의 속내를(창 47:9) 알 수 있는  구체적인 모습을 창 28-31장은 보여줍니다.

장자의 축복을 빼앗겼다 생각한 에서가 이를 갈며 못마땅해 하는 것을 본 리브가가 임시방편으로 친정으로 피신케 한 것이 결과적으로 20년 타향살이가 됐습니다.

오늘 성숙한 분별력으로 옛날 족장시대의 믿음과 행동을 판단하지 말자.
그때 그들은 그렇게 믿고 행동했다고 받아들여야 골치가 덜 아픕니다.

어린 아이의 믿음은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하나님께서도 받아주시거늘...
이미 떠난 기차를 내 손에 들고있는 수신호로 멈추려 말지어다.

교훈 삼고 배울 것을 배우면 될 일. 내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성숙한 디딤돌 하나 첨가하면 다음 사람은 내 어깨 위에서 세상도 보고 하나님도 경험하리라.

저는 형님과 열 살 차입니다.
그러니 어린 시절 형과의 추억이 없습니다.
그저 동네에서 싸우다가 문제가 생기면 오셔서 편들어 줬던 기억만 스칠 뿐입니다.

그런데 창세기 28장 야곱의 돌베개를 읽다가 문득 어린 시절 방에서 뒹굴며 읽었던 "장준하의 돌베개"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때는 장준하가 누군지도 몰랐고 책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요.
하나도 기억나는 것이 없으니까요.
다만 조악한 품질로 만들어진 책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면서 읽었던 초가삼간 작은 방에서의 독서의 추억만 아련합니다.

돌이켜보면 십년터울이 나는 형제지간이기에 구체적인 추억거리는 없지만 형이 읽었던 책들을 주제파악도 못한채 심심풀이로 읽었던 책이 꽤나 많았습니다.

일본군을 탈출하여 광복군으로 합류하기까지 목숨 건 과정을 "돌베개"에 담았는데,
이제 보니 목사의 아들로 자라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다가 강제로 군대로 끌려간 가슴 아픈 과정을 아내에게 암호로 보낸 싸인이 돌베개였거늘...

장준하선생님!
그때 주제파악도 못하고 읽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십년 터울로 티격태격 추억은 없지만 조금 더 고급진(?) 독서의 추억과 습관을 자기도 모른채 만들어준(?) 형님께도 꾸뻑.

성경에 기록된 최초의 노숙자 야곱의 돌베개와 그 돌베개를 벧엘 삼은 야곱의 기록에서 새길 것은?

돌베개?
인생의 밑바닥을 상징하는 것.
생의 바닥에서 하늘을 보게하는 사건의 기록이 야곱의 돌베갭니다.

브엘세바에서 밧단아람까지는 거의 800키로미터이니,
하루에 30키로미터씩 걸어도 한달 길입니다.

나혼자라고 생각되는 환경.
쫓기듯 도망치고 혼자 외롭게 방황하는 시간이야말로 하나님을 만날 시간입니다.

야곱이 돌베개하고 잠을 잘 때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십니다.
하늘문을 열어주시고 번성토록 축복하시고 천하만민이 너와 너의 후손으로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고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신 축복을 확약해주십니다.

결코 야곱을 떠나지 아니하시고
함께 하시마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지키시고 이끌어 돌아오게 하시며, 
허락한 것을 이루시기까지 떠나지 아니하리라 약속하십니다.(창 28:13-15)

야곱이 베고 잔 돌베개는 절망의 바닥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만나주시고 벧엘 삼게 하셔서 영원히 기념하라 하십니다.

혹시 돌베개를 베고 잔 적이 있습니까?
나에게 돌베개는 무엇이었습니까?
혼자라고 느꼈던 사건은 언제 어떻게 일어났던가요?

돌베개를 벧엘 삼은 야곱의 스토리는 오늘 우리에게도 계속 조건과 방법을 달리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돌베개를 벧엘 삼은 야곱에게 밧단아람 처가살이 청산하고 돌아오도록 역사하신 하나님.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 바로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

 

2021년 8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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