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변산마실길을 걷고서

2021. 6. 26. 13:59말씀 묵상

어제그제 이틀간 마실길을 걸었습니다.
지난 5월에 절반쯤 걸었는데 세차게 내리는 비로 모항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아내와 모항에서 출발하여 종점인 줄포까지 1박2일로 걸었는데 총평하자면 1코스부터 6코스까지는 강추, 
7코스와 8코스는 별로.

부안변산마실길을 만드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분들이 약 3:1절 말씀처럼. 선생이요, 교사이며, 지도자며 리더입니다.

그런데 약 3:1절은 강력하게 선생이 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아니, 왜?

사실 주님께서도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마 23:8)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누가 가르치라는 말씀일까요?

은사를 받은 사람.(벧전 4:10-11)
믿음의 분량대로.(롬 12:3)
그리고 깨끗한 그릇으로 준비되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온전케 할 준비가 된 사람.(엡 4:12)
크고작은 시험에서 옳다 인정을 받고 하나님의 사자로서 선한 도구가 될 사람(롬 13:4)이라야 선생으로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이 공동체의 지도자로 나섰다가 패가망신하고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역사에 즐비합니다.

각설하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 분야에서 능숙하게 일을 처리할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잠 22:29)
그릇은 안되는데 욕심만 내세우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
본인도 고생이고 공동체는 후퇴할 수밖에.
성경은 그걸 교만이라 합니다.(잠 16:18)

모름지기 지도자요 선생이라면 배우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지도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자기는 안다고 쑥쑥 나가지만 따르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산티아고 순례길 850킬로 33일을 걸으면서도 거의 한번도 길을 잃은 적이 없습니다.
스페인어 한마디도 못하고 읽을 줄도 모르거늘 어찌?

노란 화살표와 조가비만 보고 걸으면 되니까요.
잠시 길을 잘못 갔더라도 노란 화살표나 조가비가 안보이면 금방 돌아오면 그만입니다.
보이는 노란 화살표나 조가비를 따라 가면 성공!

그런데 내나라 내땅이니 망정이지 마실길에서 표지판을 못찾아서 여러번 고생을 했습니다.
표지판을 보고 갔는데 갈림길에서 아무 표지가 없는 경우도 있었고 중간에 헷갈리는 경우도 여러번!

무슨 까닭일까요?
낯설고 물설고 말도 설은 산티아고 33일 순례길은 거의 길을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
내나라 내땅에서 길을 여러번 벗어나다니요?

산티아고는 수백년에 걸쳐서 앞선 선생님들이 뒤따르는 사람들이 실족하거나 헷갈리지 않도록 잘 배려하고 길을 닦아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실길은 아직도 역사가 짧을 뿐더러 길을 내고 안내한 분들이 아무래도 초보자의 입장이 아닌 익숙한 사람의 눈으로 조성한 까닭이리라.

아무튼 제주 올레 보다 더 좋은(?) 마실길,
짧지만 운치가 있고 걸을만한 마실길,
구비구비 서해안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마실길을 걸으면서, 
믿음의 길을 가르치고 앞선 목회자의 길을 잘 걸었는가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내 눈높이 말고 따르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가르쳐야 좋은 선생이거늘!

가끔은 교회의 선생 된 목사가 분별력을 잃고, 
가슴이 뜨거워야 할 때,
머리가 뜨거워져서 엉뚱한 것에 힘을 쏟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습니다.

예컨대 성막이나 레위기 제사를 내일 되면 가르치는 자기조차 잊을 어려운 것들을 침을 튀겨가며 가르칩니다.

뭐 하자는 걸까요?
구약 제사제도로 돌아갈 것도 아니면서.
뭐 하는 겁니까?
성막시대로 갈 것도 아니면서.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면 그만인 것을, 
마치 노루뼈 3년 우려먹듯 몇 주 넘어 몇 달씩 연구하고 가르치려 합니다.
자기도 돌아서면 까먹을 것을.

그러니 교인들도 쓸데 없는 것에 시간과 힘을 낭비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말과 혀만 힘쓰는 별 볼일 없는 선생이나 교인 말고, 
지혜와 총명 그리고 온유의 열매가 가득하기를 주님은 기대하십니다.(약 3:12-18)

그래서 분별력이 필요하고 앞선 선생들에게 자문을 받거나 멘토링을 받아야 합니다.

그 선생이 책일 수도 있고,
선배일 수도 있으며,
혹은 후배나 친구도 좋습니다.
겸손히 마음을 낮추고 가르침을 받으면 깨끗한 그릇으로 준비되어 주인되신 주님께서 쓰시기에 합당한 그릇이 되리라.(딤후 2:21)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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