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3. 13:06ㆍ말씀 묵상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9개월 반 동안 사무엘서를 묵상하고보니,
이제는 신약으로 점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을 개관하면서 묵상을 나누던 중이었는데,
어쩌다 사무엘서를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하게 되었는지 나도 모릅니다.
그래서 신약으로 점프하리라고 마음은 정했지만,
신약 중 어떤 책으로 할 것인지 망설였습니다.
사무엘을 묵상할 때처럼,
나도 모르게 길게 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복음서?
아니면 사도행전이나 서신서?
복음서라면 그 중에서 어떤 복음서?
서신서라면 그 중에서 어떤 서신을?
요즘 스포츠 중계를 보면 VAR을 많이 사용합니다.
인간 심판의 한계를 인정하고,
고속카메라의 영상을 심판의 보조재로 활용하는,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입니다.
VAR을 보면 대부분 오심 여부가 드러납니다.
그런데 VAR을 봐도 오심인지 정심인지 전혀 분별이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그 때는 원심대로 경기를 진행합니다.
주심의 순간 판단력을 존중함으로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는 시스템이라 할 것입니다.
마태복음을 먼저 선택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그래.
신약을 묵상하려면 복음서부터 하자.
그런데 복음서 중에서 어떤 복음서를 먼저 하지?
가장 먼저 쓴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일 긴 책도 아니며,
가장 간단한 요약서도 아닐진대,
마태를 앞세운 교회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기로!
그런데 마태복음을 아무리 샅샅이 읽어도 마태가 기록했다는 말이 없습니다.
그것 또한 교회가 전통적으로 마태복음이라 칭한 대로 따를 것입니다.
"또 지나가시다가 알패오의 아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일어나 따르니라"(막 2:14)
"그 후에 예수께서 나가사 레위라 하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따르라 하시니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일어나 따르니라"(눅 5:27-28)
그런데 정작 마태복음에는 레위라는 이름이 없습니다.
"예수께서 그 곳을 떠나 지나가시다가
마태라 하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일어나 따르니라"(마 9:9)
마가와 누가는 레위라는 세리가,
12제자 중 하나인 마태라는 제자로 세움을 받았다고 전합니다.(막 3:18, 눅 6:15)
그러나 마태복음은,
마태가 세리였다는 것은 기록하면서도,
결코 레위라는 이름을 들먹이지 않습니다.(마 10:3)
그래서 저는 마태복음 저자가 마태라는 전통에 따라,
마태의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세리와 창기라는 죄인의 대명사에서,
예수님의 부름으로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2사도 반열에 들었습니다.
부끄러운 죄인 세리였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은혜를 강조합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고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공표한 셈입니다.
하지만 옛 사람 레위에 주저앉거나,
그 이름때문에 구습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선언하고 오늘 성경을 읽는 우리에게도 강조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이는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라"(롬 6:6-7)
"너희가 믿음 안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신 줄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버림 받은 자니라"(고후 13:5)
죄에서 구원을 받은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자 소명입니다.(엡 2:8-10)
마태라는 이름의 뜻도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마태는 주님을 만나고,
변하여 새 사람이 된 것 또한 하나님의 선물이요 은혜인 것을,
명심 또 명심하며,
가슴 깊은 곳에 새겼으리라.
마태복음이 신약의 첫번째 책인 것도,
마태복음을 묵상하게 된 것도,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오늘이 선물인 것처럼!
하나님의 선물인 저의 묵상을 오늘도 선물로 나눕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