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14. 09:33ㆍ말씀 묵상
한반도 좌우 이념대립의 비극을 그려낸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가슴앓이를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태백산맥을 읽지 않았으면 몰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살펴본 사람이라면,
왜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이 두 조각으로 분할통치를 받지 않고, 식민지였던 한반도가 좌우 이념대립의 극단적인 폐해의 당사자가 되었는지, 정말 안타까운 마음과 판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청년시절 "일제 36년사"와 "광복 20년"이라는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도저히 눈물이 앞을 가려 읽던 책을 덮고 한참을 멈췄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안창호를 읽으면서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바로 이런 분이 좀 더 오래 사셔서 해방 조국의 지도자로 나섰더라면!"
어쩌다가 이승만이나 김일성 같은 극단적인 권력의 화신들이 남과 북을 지배하면서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제거하고 마침내 6.25라는 동족분쟁의 비극까지 겪어내야 했을까?
역사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없다지만, 정말 한번만이라도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쓸 수 있다면,
"이승만이나 김일성"말고,
"도산 안창호 같은 온건하고 합리적이며 보다 큰 그릇 된 인물들이 해방된 조국의 지도자로 우뚝 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삼상 20장에 기록된 사울의 면면을 곰곰이 생각하니 이승만과 김일성 그리고 박정희와 태종 이방원이 생각납니다.
"사울이 요나단에게 화를 내며 그에게 이르되 패역무도한 계집의 소생아 네가 이새의 아들을 택한 것이 네 수치와 네 어미의 벌거벗은 수치 됨을 내가 어찌 알지 못하랴
이새의 아들이 땅에 사는 동안은 너와 내 나라가 든든히 서지 못하리라 그런즉 이제 사람을 보내어 그를 내게로 끌어 오라 그는 죽어야 할 자이니라 한지라"(삼상 20:30-31)
"다윗은 죽어야 할 자이니라"
정상의 자리를 지킬만한 인격과 그릇이 되지 못한 사람이,
정상을 억지로 지키려할 때,
그사람도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되거니와 공동체도 파탄나기 십상입니다.
이승만의 공도 많거니와 과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외면하면서 공만 외치면 결코 역사에서도 현실에서도 정상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으리라.
아무튼 권력욕에 눈이 멀어 다윗을 죽이려고 혈안이 된 사울은 마침내 후계자인 아들 요나단에게까지 창을 던지려 합니다.(삼상 20:33)
사울 왕이 정상의 자리를 지킬만한 그릇이 못되니,
다윗을 역성 드는 아들 요나단에게까지 창을 던져 죽이려 할 만큼 불안하고 초조하고 죽을 맛이었던 것입니다.
리더십의 크기만큼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은혜요 축복이거늘.
은혜에 보답하도록 마음을 넓히고 사는 것이 정도요 생명길인 것을.(고후 6:13)
형제를 도살하고,
처갓집을 도륙하고,
사돈네까지 능멸하고서도 불안했던 태종 이방원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요?
일제치하에서 부단한 독립투쟁을 했다지만 해방공간에서 좌우 이념대립을 부추기고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정적으로 몰아 죽이고 핍박한 이승만을 어디까지 긍정해야 할까요?
경제발전의 단초는 마련했다지만 반대편에 섰던 많은 민주인사들을 죽이고 탄압한 박정희를 어디까지 용납해야 하는 것일까요?
도산 안창호를 읽으면서 깊게 새긴 교훈이 있습니다.
"인재가 없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아,
왜 네가 인재가 되려고 준비하지 않느냐?"
인재가 없다고 깨달은 사람이라면 인재가 될 준비를 해야하는 소명이라는 것입니다.
가끔 "교회에 사랑이 없어"탄식하며 교회를 떠도는 사람을 만납니다.
도산 안창호선생의 논리를 빌리면
"교회에 사랑이 없다고 느끼는 그 사람이 먼저 사랑을 베풀어야 할 소명을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랑하기도 먼저 하고,
용납하기도 먼저 하고,
존경하기도 먼저 하며,
그릇을 키우고 넓히는 것도 먼저 하심으로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며 살아가면 얼마나 좋으랴.(롬 12:10, 갈 6:2, 행 20:35)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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