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와 사무엘 사이에서

2022. 3. 29. 11:20말씀 묵상

리더십이 교체되는 과정을 삼상 3장은 비교적 소상하게 묘사합니다.
"사무엘상"이라는 성경에 등장하는 4명의 리더 중에서 첫째인 엘리와 둘째인 사무엘의 리더십이 비교적 원만하게 교체되고 있습니다.

성경은 엘리가 노쇠하여 가는 모습을 눈이 어둡고 말씀이 희귀했다고 완곡하게 표현함으로 그동안 수고한 엘리의 부족함을 부드럽게 덮어주십니다.(삼상 3:1-3)

각 분야의 지도자들을 너무 노골적으로 비난함으로 삭막해지는 우리나라의 세태를 실감하면서 뭔가 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그에 비해서 삼상 3장은 어떻습니까?
짚을 것은 짚되, 
완곡하고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성경의 표현법을 배우면 세상이 훨씬 품위가 좋아지리라.

물론 예수님께서 
"독사의 자식들아"하시면서 무서울만큼 냉철하게 비판하실 때도 있었지만,
그걸 들이대면서 세상을 일도양단 할만큼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니 조금은 겸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무엘을 부르시는 삼상 3장의 내용을 보면서 그동안 저는 엘리에 대해 인색하리만큼 비판적이었습니다.

아니,
제사장 씩이나 되어가지고서?
선지자요 사사 씩이나 하면서?
어찌 그리 깨어있지 못하고서?
그래 세번째야 깨닫고 네번째에야 응답하게 하다니요?

어린 사무엘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 엘리가 부르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처음 들으니 당연하잖습니까?

당연히 엘리도 처음에는 
"얘가 뭘 잘못 들었나보구나"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깨어있는 지도자라면?
적어도 두번째는 알아 들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세번째까지 사무엘이 와서 
"저를 부르셔서 왔습니다" 
할 때에야 비로소,
"여호와께서 이 아이를 부르신 줄 깨닫고"(삼상 3:8) 라고 성경은 엘리의 영적 둔감을 넌지시 짚어줍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영적 지도자 엘리의 영적 둔감을 조소하듯, 
삼상 3장을 읽을 때마다 "쯧쯧 "하던 제가 어느날 삼상 3장을 읽으면서 여전히 엘리의 둔감을 지적하려고 비난과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려는 순간 "그런 너는?"
하시면서 성령께서 강하게 감동하심을 느꼈습니다.

주님의 종으로 부르시던 순간을 떠오르게 하셨습니다.
군복무 시절 발이 부어오르는 병이 나서 부산통합병원에 입원하여 며칠간 링거를 맞으며 치료받으면서 병상에 누워 성경을 읽고 있는데
"너는 이 말씀을 증거하는 사람이 되야 한다"라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내가 성경을 읽고 있으니 옆 병상의 다른 환자가 장난으로 하는 말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똑같은 음성이 들려왔고,
병상 밑까지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으며 세번째 동일한 음성을 듣고서도 아프니까 환청이 들리는가?
하며 착각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다가 네번째 
"너는 이 말씀을 증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음성을 듣고서야 비로서 주님의 소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로서 불편하지만 기도로 응답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기도 중에는 예. 눈을 뜨면 아니요."

반복된 "예와 아니오" 중에,
마침내 "예, 알겠습니다 "라고 응답하고선 퇴원하고 군복무를 계속하던 중에 어느날 소명을 물타기하는 저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마침내 사랑의 매를 맞고 돌이키기까지, 얼마나 미련하고 고집스러우며, 
내 생각에 매여살았던지요?

아무튼 네번째에야 비로서 나자신의 소명을 깨달았던 내가,
비록 선지자요 제사장이지만 성소에서 심부름하던 소년 사무엘의 부르심을 세번째에야 깨달았다고 비난했던 것을 생각하니,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입니다.

엘리 제사장님! 죄송합니다.
주님! 
늦게라도 깨닫게 하시고 제 얼굴에 침뱉기를 멈추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한때 즐겨 암송했던 산상보훈 마태복음 7장 앞부분에 비판에 대한 말씀으로 새삼스레 저 자신을 비춰 봅니다.
다른 사람의 티는 잘도 찾아내면서 내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거나, 보고서도 눈을 감는 몰염치를 어이할꼬?

주님.
저 자신에 대해 좀더 엄격하게 하시고,
다른 사람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을 주십시오.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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