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와 소자 그리고 천사

2025. 5. 9. 11:07말씀 묵상

사람은 기억하고 추억하는 존재입니다.

기억해서 추억할 뿐아니라,
기억과 추억을 바탕으로 묵상하고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 꿈으로 인생을 설계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좋은 기억을 간직하는 것,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쌓는 것이,
행복한 인생의 바로미터입니다.

오늘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
 
지금 내가 어떤 책을 읽느냐?

내가 주로 먹는 음식이 무엇이냐?

나와 밀접하게 연결된 SNS는 어떤 정보를 주느냐?

연결되어 추동되는 알고리즘에 따라,
온갖 정보가 물밀듯이 따라옵니다.

"너희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니라
선지자의 이름으로 선지자를 영접하는 자는 
선지자의 상을 받을 것이요
의인의 이름으로 의인을 영접하는 자는 
의인의 상을 받을 것이요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마 10:40-42)

부연해서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말씀입니다.

다만 42절에,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하나에게"를, 
새번역은,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에게, 
내 제자라고 해서"라고,
보다 명확하게 표현합니다.

소자처럼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주님께서 보낸 제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자로 온 제자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이 말씀을 읽는 중에,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중에, 
뇌리에 떠오른 기억과 마음의 추억.

오래 전 어떤 선교회 총회에 참석했습니다.

교계 어른 80대 후반의 목사님께서,
진행자들의 안내와 부축을 받고 강단에 오르셔서,
축사를 하시다가 우십니다.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보내셨는데....
내가 몰라 보았을 뿐아니라,
그냥 그러려니 대접하고,
대충대충 무심하게 관계하며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천사였는데..."
"바로 그 천사를 홀대했습니다..."

이제 와 깨닫고 보니, 
그 천사들은 다 떠나고 말았다고,
축사 중에 오열하십니다.

그 어른 목사님께서 활동하던 시기는?

여전히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던 때였는데,
이제 와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들을,
격려하지도 못했고,
따뜻하게 환대하지도 못했노라며,
눈물을 쏟으시며 말끝을 맺지 못합니다.

"여러분들은 나처럼 살지 마십시오!"

바로 그날 타산지석으로 결심했습니다.

우리가 파송한 선교사들을,
적어도 내가 알고 지내는 선교사들에게는,
천사를 영접하듯 기쁜 마음으로,
영접하고 환대하리라고.

미국 여행 중 윌리엄스버그와 제임스타운을 들렀습니다.

우리로 말하자면 민속촌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곳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자라던 광주 양림동의 선교부와 흡사한 까닭이었습니다.

집의 구조나,
주변에 심겨진 나무의 종류도,
너무너무 눈에 익었기 때문입니다.

"아하!
선교사님들이 한국에 불붙는 사명으로 왔지만,
마냥 편안하게 선교사 노릇을 한 것이 아니구나."

낯 설고 물 설은 환경에서,
향수병을 이겨내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발버둥치며 사셨구나...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동행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교사 촌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추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내가 영접한 작은 자는?
내가 따뜻하게 영접한 작은 자는?

바로 그 작은 자가 천사이려니....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

 

2025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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