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감동

2024. 2. 19. 14:43말씀 묵상

사람들은 저마다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 있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을 본다든지,
울컥하게 만드는 노래 한소절을 듣는다든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미술작품에 필이 꽂힌다든지,
심령 깊숙이 잘 박힌 못과 같은 말씀을 마주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별명이신 산돌교회에서 25년 위임목회를 감당했습니다.

청소년 시절이나 청년 시절,
선생님이나 교수님 중에는 저더러, 
중심이 잘 잡힌 "차돌 같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차돌 같았던 제가,
반석이신 주님의 부르심을 마다하고,
제 길을 가다가,
구멍 난 바가지가 되었습니다.

신령한 반석이신 산돌 주님께 부딪혀,
깨어진 차돌 구멍 난 바가지가 되었거늘,
어찌 돌이라는 글자를 그냥 지나치랴?
 
마태복음 3장 9절에 나오는 "돌들"이 잊을 수 없는 감동이 되는 까닭입니다.

돌이켜 목사가 된 다음에는 그야말로 목회에만 전심했습니다.

새벽부터 몰입하는 성경 묵상이나,
평생 매진하던 독서나,
여행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하거나,
눈과 코 그리고 귀나 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말씀 묵상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첫번째 소재는 언제나 성경이었습니다.

성경에 집중하고,
성경에 몰입한 덕에,
40년 목회하는 동안,
설교에 매여서 쫒긴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40년 목회하는 동안에 토요일에 설교 준비한답시고 책상에 앉았던 날은,
아마 두 손으로 세어야 할 만큼 거의 기억에 없습니다.
 
그런 제게도,
성경을 읽는다고,
언제나 생수가 솟아나듯,
말씀을 대할 때마다,
감동과 영감이 번뜩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말씀 한 절을 품고 몇 시간을 걷기도 하고,
묵상한 말씀을 가슴에 안고 싸우나에서 멍때리기도 하고,
밥을 먹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메모했던 순간의 영감들이,
언제나 책상과 가방에 널브러지곤 했습니다.

때론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주님께서 주시는 영감에 반응하여,
책상으로 나아가서 묵상하며 흔적을 남겼습니다.

물론 꿈을 꾸다가 주님께서 주신 깨달음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묵상하다가 다시 잘 때도 있었습니다.

세례 요한의 외침 또한 제 가슴 깊숙히 박힌 말씀입니다.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새겨진 말씀입니다.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마 3:9)

광야에 널부러진 돌들.
사방팔방 여기저기 흔해 빠진 돌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지 손에 쥘 수 있는 돌들.

바로 그 돌들로도,
귀하디 귀한 하나님의 백성 삼으시고,
택한 백성 선민으로 만드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신답니다.

그러니,
착각하지 마라 이스라엘아.
오버하지 말아라 선민들아.
교만 떨지 말아라 예수쟁이들아.

너희만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기고만장한 이스라엘아.

선민 중에서도 아룻목을 차지했노라고 유난 떠는 바리새인들아.

실속은 우리가 챙겼노라고 희희낙낙거리는 사두개인들아.

천국은 받아놓은 밥상이라고,
선택의 교리에 매여 놀아나는 예수쟁이들아.

선민 팔자 따로 있다더냐?

혈통 따라 선민 나는 것 아니란다.
육정에 따라 아브라함의 자손 되는 것 아니란다.
사람의 뜻대로 하나님의 자녀 되는 것 아니란다.
교리 대로 천국 가는 것 아니란다.

하나님의 뜻과 섭리에 따라 되는 것이,
선민이요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하나님의 자녀이거늘!

혈통 내세우며 착각하지 마라.
육정 내세우며 유세하지 마라.
사람의 뜻과 교리 들먹이며 교만하지 마라.

하나님의 뜻과 생각에 합당하게 살려무나.
하나님의 일꾼답게 겸손하려무나.

선민 이스라엘이 사명을 방기하면,
아브라함의 자손이 자손 답지 못하면,
예수님의 제자인 저와 여러분이 마땅하지 아니하면,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지르리라"(눅 19:40)

어떻습니까?

내 입술에는 주님을 향한 찬양이 있습니까?

내 삶에 생명의 향기가 흐르고 있습니까?

우리 인생의 향방이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침묵하면 돌들이 입을 열어 주님을 합창한답니다.

오늘도 그대와 나의 입술에서 주님이 드러나시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

 

2024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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