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7. 22:10ㆍ말씀 묵상
내 책상 서랍에는 A4크기의 X-ray 사진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보물은 아니지만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머리 부분을 찍은 사진인데 이마에 골프공 크기만하게 구멍이 뚫린 사진입니다. 마치 총상을 입고 전사한 군인의 두개골을 찍은 듯한 사진입니다.
불순종하던 부족한 종을 끝까지 사랑하셔서 사랑의 매를 드신 하나님의 사랑의 흔적이자, 제게는 불순종의 결과로 매를 맞은 흔적입니다.
매일 아침 세수하거나 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가락으로 만져지니 굳이 X-ray 필름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주님께 감사와 참회의 기도를 짧게 드립니다.
"주님! 부족하기 짝이 없고 모난 돌마냥 다듬어지지 못한 종, 질그릇처럼 쉽게 금이 가고 구멍 난 종을 들어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은 부족한 종에게 은혜 베푸사 소명 43년, 목양 40년, 산돌교회 담임으로 25년을 쓰셨습니다.
돌아보면 구멍 난 바가지로 생수를 길어 내시느라고 주님께서 다함이 없는 은혜와 깨우침을 주시고 그때그때마다 천사들을 보내셔서 위로하시고 새힘 주시고 성령으로 가르치시고 깨닫게 하시고 인도해주셨습니다.
이제 목양의 소임을 내려놓을 시간입니다. 그러나 경건과 묵상은 더 자유롭고 깊게 들어갈 시간입니다.
주님께서 구멍 난 바가지로 생수를 길어 산돌가족을 먹이신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주님께서 주실 생수를 길어 올려 사모하는 영혼들에게 마시우게 하실 때까지 영혼의 생수를 길어 올릴 것입니다.
주님께서 변함 없는 영감과 깨우침으로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산돌가족들과 묵상나눔은 이제 문을 닫습니다.
그러나 구멍난 바가지로 생수는 계속 길어 올릴 것이고 사모하는 영혼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배달하고 블로그를 만들어 은혜를 나눌 것입니다.
사랑하는 산돌가족 여러분!
그동안 참 고마운 것이 많습니다.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살겠습니다.
믿음의 선한 싸움 끝까지 잘 싸우시고 달려갈 길 마친 후 면류관 받아쓰는 영혼으로 천국에서 만납시다.
샬롬!
2020, 11, 7 아침
산돌교회 목양실을 떠나기 하루 전에
여러분의 목사 전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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