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며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에서 일어난 일을 살피는 중입니다.
대부분 다윗이 한 행동과 태도입니다만.
오늘은 아라우나의 행동거지를 주목하려고 합니다.
선지자 갓을 통해 주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다윗 왕이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으로 올라갑니다.
이때 다윗 왕을 본 아라우나의 행동에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아라우나가 바라보다가
왕과 그의 부하들이 자기를 향하여 건너옴을 보고
나가서 왕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며 이르되
어찌하여 내 주 왕께서 종에게 임하시나이까 하니
.....중략.....
아라우나가 다윗에게 아뢰되
원하건대 내 주 왕은 좋게 여기시는 대로 취하여 드리소서
번제에 대하여는 소가 있고
땔 나무에 대하여는 마당질 하는 도구와 소의 멍에가 있나이다
왕이여 아라우나가 이것을 다 왕께 드리나이다 하고
또 왕께 아뢰되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을 기쁘시게 받으시기를 원하나이다"(삼하 24:20-23)
고백하건대,
수 십 년간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묵상하고 가르쳤습니다만.
한 번도 아라우나의 행동거지를 주목한 적도 설교한 적도 없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그때 보지 못한 말씀에 눈을 떴습니다.
아라우나가 다윗 왕에게 예를 갖추는 모습을 봅니다.
"왕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며"
몇 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풀코스 완주했습니다.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몇일을 보냈습니다.
30 여일간 누적된 피로도 풀고 산티아고 이곳저곳도 구경할 겸.
땅 끝 경계라는 피니스테레에 다녀와서도,
다시 산티아고에 들러서 시내 이곳저곳을 구경했습니다.
그때 시내 중심에 자리잡은 산티아고 대성당을 오가며 여러 다른 각도에서 보았습니다.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이!
어느 날은 유난히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순례객보다 미사를 보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주일도 아닌데 왜 이리 사람이 많지?
복잡한 인파를 뚫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가 소름이 돋았습니다.
사제 복장을 한 몇 사람이 성당 바닥에 납짝 엎드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지?
알고보니 사제 서품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개신교로 말하자면 목사 안수 예식이 거행되고 있었습니다.
목사 안수 예식은,
안수받을 사람이 강대상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그러면 선배 목사 중에서,
순서를 담당한 분들이,
안수 대상자에게 손을 얹고 안수하며 기도합니다만.
천주교는 사제 서품 대상자가,
온 몸을 땅에 대고 엎드립니다.
"나 죽었습니다"를 시인하고,
공개천명하는 예식이었습니다.
이미 배우고 알았습니다만.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
그것도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목격한 사제 서품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장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날 그때 경험했던 놀라운 감동이,
소름이 돋을 만큼 뚜렷했던 경험이,
이번에 아라우나의 행동거지를 읽고 묵상하는 동안에 되살아 난 것입니다.
할렐루야!
온 몸을 땅에 바짝 엎드리고 "나 죽었소!"
이제부터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뜻 대로만 살겠습니다!"
내게 있는 모든 것이 주님의 것입니다.
주님 뜻대로 나를 사용하소서!
목사 안수 예식에서 무릎을 꿇는 것도 항복입니다만.
얼굴을 땅에 대고 온 몸을 엎드리는 사제 서품 예식은,
그 퍼포먼스 자체만으로도,
훨씬 강렬하고 잊지 못할,
아니 잊어서는 안 될,
항복 퍼포먼스가 아닐 수 없으리라!
배울 것은 배우고,
좋은 것은 따라서 하는 것이 겸손이거늘!
이어지는 아라우나의 멘트.
은혜로 구원을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이라면,
입에 달고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할 것들입니다.
"내 주 왕은 좋게 여기시는 대로 취하여 드리소서"
"번제에 대하여는 소가 있습니다"
"땔 나무에 대하여는 마당질 하는 도구와 소의 멍에가 있나이다"
"이것을 다 왕께 드리나이다"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을 기쁘시게 받으시기를 원하나이다"
다윗 왕을 대하는 아라우나의 행동거지와 멘트는,
하나도 버릴 것 없습니다.
하나님을 향하여 우리 그리스도인이 간직해야 할,
명품 행동거지요 주옥 같은 멘트라 할 수 있습니다.
이쯤해서 사도 바울의 고백을 다시 한번 새겨봅시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다윗 왕이 성전 건축을 예비하며,
하나님께 드린 신앙고백과 기도는,
아라우나의 행동거지와 멘트에서 배웠으리라!
"나와 내 백성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드릴 힘이 있었나이까
모든 것이 주께로 말미암았사오니
우리가 주의 손에서 받은 것으로 주께 드렸을 뿐이니이다"(대상 29:14)
"너희 지체를 불의의 무기로 죄에게 내주지 말고
.....중략.....
너희 지체를 의의 무기로 하나님께 드리라"(롬 6:13)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