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리스바가 행한 일

전주산돌 2023. 8. 17. 09:11

그동안 50년 이상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리스바가 행한 일을 대충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미안한 마음으로 좀 진지하게,
그리고 성경이 왜 리스바가 행한 일을 세심하게 기록했을까를 생각합니다.

"아야의 딸 리스바가 굵은 베를 가져다가 자기를 위하여 바위 위에 펴고
곡식 베기 시작할 때부터 하늘에서 비가 시체에 쏟아지기까지 
그 시체에 낮에는 공중의 새가 앉지 못하게 하고 밤에는 들짐승이 범하지 못하게 한지라"(삼하 21:10)

우선, "아야의 딸 리스바"라는 표현부터 바꿔야 할 것입니다.

관계로 보면 "아야의 딸 리스바"가 맞지만,
이후에 행한 일은 "아야의 딸 리스바"로서 한 일이 아닙니다.

두 아들 알모니와 므비보셋의 어머니로서 행한 일입니다.

관계나 신분을 드러내려고,
"아야의 딸 리스바"라고 말하거나,
"사울의 첩 리스바"로 기록하는 것은 가합니다만.

행한 일을 드러낼 것이라면, 
마땅히 "알모니와 므비보셋의 어미 리스바"라고 기록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두 아들의 어미로서 리스바가 행한 일은,
두 아들의 시체를 날짐승이나 들짐승이 먹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하루 이틀 한 일이 아닙니다.
보리를 거두기 시작할 때 교수형을 당하고, 
우기에 비가 쏟아질 때까지 지켰습니다.

최소 서너달에서 길게는 여섯 달을, 
시체를 땅에 내려놓지 아니하고, 
장례도 치루지 아니하고, 
시위하며 지켰습니다.

이것이 인간입니다!
바로 이것이 어머니입니다!

바로 이런 인간의 본능과 감정과 의지를 잘 알고 배워야 할 것입니다.

정치도, 교육도, 경제도, 정책도,
올바른 인간이해를 바탕해야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잘못된 인간이해에서 나온 말이나 행동이나 정책은, 
실패할 뿐만아니라 사람들의 뚜껑이(?) 열리게 하기 십상입니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유욕이라는 인간 본능을 무시한 까닭입니다.
인간이해에서 실패한 셈이지요.

잘잘못을 떠나서, 
"저주는 내가 받으마"(창 27:13)라며,
사랑하고 아끼는 아들 야곱을 위하여 저주를 자청하며,
아버지 이삭의 축복을 가로챌 것을 종용하는 어머니 리브가의 "리스바 버전"을 보는 듯합니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한열의 어머니.
박종철의 아버지.

시대의 아픔 속에서, 
스러져간 자식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을 보거나,
알모니와 므비보셋의 어머니 리스바를 보거나,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잘잘못을 시비하려면 한이 없습니다.
부모나 형제가 갖게 될 본능적인 반응을 참작하고 세상을 경영해야 합니다.

인간관계를 맺는 일에도 바로 이 점에 유념하고 삼가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사람들의 영혼을 하늘나라로 인도할 책임과 역할을 맡은 목사와 교회 지도자라면.
마땅히 하나님을 알아야 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나의 인간이해는 어떻습니까?
당신의 인간이해는 어떤가요?

편협을 벗어나고 원만한 이해에 도달하도록 마음을 넓히고 지평도 넓혀야 할 것입니다.

본능이 됐건,
의지로 한 일이건,
리스바의 처신과 행한 일을 보면서,
믿음으로 살면서 자녀손들을 생명길로 인도해야 할 경건한 부모가 감당할 본령을 생각합니다.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엡 6:4)

"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딤후 1:5)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