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마른 하늘에 날벼락

전주산돌 2023. 8. 16. 13:08

기브온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은, 
사울에게서 당한 학대와 조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훗날 또 다른 학대나 핍박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뭔가 처절한 댓가를 치르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울의 자손 일곱 사람을 목 매어 달겠습니다"

인류역사를 보면, 
최초의 법전에서부터 인과응보를 언급한 것은,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습니다.

복음으로 완성된 성경조차도,
구약에서 동태보복을 용인한 까닭은?

복음으로 온전하게 세팅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복음으로 의식이 달라지고,
가치관이 변화된 사람들이 주도하는 세상이라면은,
동태보복이나 인과응보 같은,  
행형제도는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변화되어야 하리라.

그러나 본능과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많이 섞여사는 세상에서,
피해자의 인권이나 억울함이 하늘을 찌르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는,
얼치기 인권옹호사상에 경도된 행형제도는 문제가 많다고 보입니다.

아무튼 다윗이 기브온 사람들에게 내어준 일곱 사람은?

"왕이 이에 아야의 딸 리스바에게서 난 자 
곧 사울의 두 아들 알모니와 므비보셋과
사울의 딸 메랍에게서 난 자 곧 므홀릿 사람 바르실래의 아들 아드리엘의 다섯 아들을 붙잡아
그들을 기브온 사람의 손에 넘기니 
기브온 사람이 그들을 산 위에서 여호와 앞에서 목 매어 달매
그들 일곱 사람이 동시에 죽으니 
죽은 때는 곡식 베는 첫날 곧 보리를 베기 시작하는 때더라"(삼하 21:8-9)

기브온 사람들의 피를 흘린 사울은 이미 블레셋 전쟁에서 죽었습니다.
다윗과 요나단의 맹세로 요나단의 자손들은 보복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래서 뽑힌 일곱 사람은? 

사울의 첩 리스바가 낳은 두 아들과, 
사울의 딸 메랍이 아드리엘에게서 낳은 다섯 아들입니다.
그들 일곱 사람이 기브온 사람들에게 여호와 앞에서 동시에 교수형을 당합니다.

리스바의 입장에서는?
아드리엘의 입장에서 보면은?

청천벽력.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는 데,
떠오르는 일들이 있습니다.

목사들의 공통관심사인, 
담임 목회자로 도전했던 지난 일들이 생각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교단에서 세운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여 함께 공부하고, 
함께 목사될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경쟁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청빙절차에 따라 이력서를 제출하면, 
대부분 겹치는 사람들이 동기 목사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선정되면은,
아예 비교조차 할 생각도 없으련만.

몇 번의 기회가 무산되면서, 
최종 합격자(?)를 보면서 든 생각은?

나름 돌이킬 수 없는 소명에,
불순종하다가 매를 맞고 돌이켜 회개하고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까닭에,
철저한 순종과 경건의 훈련으로 무장하고 준비했다는 자긍심으로 충만했었습니다.

그런데 뽑힌 사람을 보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훗날 복음으로 충만하고, 
내 믿음도 사고방식도 성숙하고 마음도 넓어지니,
그 때는 이해되지 않은 것들이, 
비로소 납득이 되고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DJ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깜냥(?)이 부족한 사람들을 공천했다고 비난이 고조될 때 했던 말.
 
"함께 고생하고 민주화를 위해 옥고를 치룬 사람들인데,
지금 시절이 쪼금(?) 좋아졌다고 차마 내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동정 어린 눈빛과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DJ와 하나님을 어찌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랴?

하지만 이해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확실합니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헌신한 흔적이 뚜렷한 장로님의 아들이거늘.
복음을 위해서 일생을 몸과 영혼을 갈아 넣은 희생과 충성으로 살아온 목사의 자식이거늘.

어찌 당대에 부름을 받아서 곁 길 가다가,
매를 맞고 돌이켜서 목사가 된, 
너와 똑같이 취급을 할 수 있겠느냐?

하나님의 응답인지 아닌 지는, 
지금도 알 길이 없습니다만.

"아하!"

"아하"포인트를 가진 다음에 비로소 은혜와 경륜에 겸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의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
그는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니 그의 자손이 복을 받는도다"(시 37:25-26)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

하나님의 사랑을 당연히 기억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하나님의 공의(살후 1:3-12)를 기억하며 살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