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그들이 말하되, 우리가

전주산돌 2023. 8. 11. 09:44

그리스도인의 믿음을 "무골호인"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른 뺨을 치면 왼 뺨도 내주고,
왼 뺨을 때리면 오른 뺨을 내주는 사람으로!

주님께서 주신 교훈을 문자 그대로 받아,
마치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주님을 처음부터 끝까지 쏙 빼닮는 것으로 여기고,
주님을 따라가지 못하면 비난하거나 가슴앓이를 합니다.

물론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을 대하는 미리엘 처럼, 
감싸고 덮어주는 휴매니티는 사람을 감동시켜 그 사람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무골호인 처럼 살아가면 호구가 되고 무시당하기 십상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구약 버전인 선민 이스라엘을 보면서, 
배울 것은 배우고 닮지 말아야 할 것은 버려야 할 것입니다.

거울과 경계가 되는 말씀에서, 
"너희는 그리하지 말라"와 "너도 이와 같이 하라"를,
적절하게 분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고전 10장, 눅 10:37)

기브온 사람들.
출애굽 과정에서 이스라엘에 편입되어 선민의 반열에 들었으나,
사울의 철 없는 열심으로 멸절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태도를 봅시다.

"그들이 왕께 아뢰되 
우리를 학살하였고 또 우리를 멸하여 
이스라엘 영토 내에 머물지 못하게 하려고 
모해한 사람의 자손 일곱 사람을 우리에게 내주소서
여호와께서 택하신 사울의 고을 기브아에서 
우리가 그들을 여호와 앞에서 목 매어 달겠나이다"(삼하 21:5-6)

정리해서 오늘 다루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만 말하자면.

기브온 사람들이 말합니다.
뭐라고 말합니까?

우리를 학살하고,
우리를 멸하려 하고,
우리를 선민의 땅에서 축출하려고 모함하고 계획한,
사울의 자손 일곱을 내주소서.
우리가 그들을 여호와 앞에서 목 매어 달겠습니다.

우리를 해하려 한 사람.
우리의 뒤통수를 친 사람.
우리가 그들을 기브아에서 여호와 앞에서 목 매어 달겠습니다.

이미 다 지난 일인데요, 뭘!
당사자 사울은 이미 죽었지 않습니까?

이렇게 쿨한 것처럼 처신하지 않았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이 다윗의 처신에 반응한 내용은, 
두고두고 면면히 선민 이스라엘이 견디고 살아남는 처신의 귀감이 됩니다.

마사다를 방문했을 때 목격한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사다를 이스라엘 청소년 정신무장센터로 삼고 교육합니다.

"마사다 네버 어게인"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600만 대학살이라는 민족청소의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그들이 붙든 것은.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학살 책임자 중 한 사람인 "아이히만"이, 
미군 전쟁포로 수용소를 탈옥해서 십 수년을 살았습니다.

신분세탁으로 아르헨티나에 숨어살던 아이히만을 찾아내서,
체포하고 은밀히 이스라엘로 압송하여 재판 끝에 교수형으로 다루었습니다.

독일은 독일 대로 전범재판과 처리에 최선을 다합니다.

전승국에 의해서 진행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비극을, 
후대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몸부림 칩니다.

나치에 적극 가담한 흔적이 있는 사람을, 
지금까지도 철저히 색출해서 재판에 넘겨 응징하고 있습니다. 
후세에 비극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인 셈입니다.

96세에 발각되어 재판을 받은 사람도 있고,
백세에 잡혀 재판이 진행중인 사람도 있습니다.

"정의에 공소시효 없다"
비극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독일인들의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저는 가끔 농반진반으로(?) 상담하고 멘토링을 합니다. 

"사람은 뒤끝이 있어야 돼"

"뒤끝이 없으면 평생 무시를 당해"

"평생 무시를 당하고 살 자신이 있으면 뒤끝이 없어도 돼"

"그러나 평생 무시를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려거든 뒤끝을 둬!"

물론 사소한 이해관계를 원수로 삼고 살아가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뒤통수를 얻어 맞고 무시를 당하면서도,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커늘,
속으로는 혼자서 끙끙 앓으면서도 겉으로는 쿨한 척,
온 세상 십자가 혼자서 다 짊어질 것처럼,
살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정신 건강과 영적 성숙에 훨씬 유익하니깐요!

참고 견디고 속으로 삼키는 것이 믿음이고, 
주님을 따르는 것처럼 착각하며 가슴앓이 하지는 말라는 것이지요.

주님께서도,
때로는 피하시고,
때로는 상을 엎으시고,
때로는 탄식하시고,
때로는 저주의 예언도(?) 마다하지 아니하셨습니다.(마 23:37-24:2)

제자들에게는, 
손과 발에 묻은 먼지까지도 털어내라.
뒤도 돌아보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마 10:14-15)

기브온 사람들이 말하되,
우리가 그들을 기브아에서 여호와 앞에서 목 매어 달겠습니다.

하나님께서도 택한 백성 선민이 끙끙 앓고 한을 품고 살기 보다는,
처리할 것 처리하고 매듭을 짖고 살기를 원하십니다.

너도 나도 다 연약한 인간이니까요.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