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이름 뿐인 왕 벗어나기

전주산돌 2022. 4. 14. 10:07

삼상 11장을 반복해서 읽고 묵상하니 조선시대 병자호란의 삼전도 굴욕이 떠오릅니다.

정묘호란을 겪으며 조약을 맺었으면 약속을 지키든지 아니면 실력을 갖춰야 마땅하거늘...

힘도 없는 나라가,
무능한 왕과 신하들이 당쟁에 휩쓸리고, 실력은 갖추지 않으면서 오랑캐라고 조롱하며, 
약속을 저버리니,
마침내 병자호란으로 댓가를 치룹니다.

인조가 왕복을 벗고 평상복을 입고,  
3번 절하고 9번 고개를 조아립니다. 오랑캐라고 경멸하던 청나라 왕에게 항복예식을  행합니다.
마침내 호란을 마무리했지만 수많은 백성들이 노예로 끌려가는 처절한 댓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장렬하게 싸우다가 죽을 수는 있어도 오랑캐에게 항복할 수는 없습니다.

주전파의 주장이 얼마나 단순하고 명쾌합니까?
하지만 단순명쾌 다음에는?
아마 조선이라는 나라는 그때 사라지고 우리나라는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터.

철 없던 시절에는 주전파에게 한 표!
지금은?
주화파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개인은 장렬하게 죽을 수 있어도 나라와 민족은 살아나아야 하리니...

힘 없는 공동체의 비극이여.
믿음 잃은 교회의 처량함이여.

사사 입다에게 패한 다음 실력을 갖추고 준비하던 암몬 족속이 길르앗 야베스를 삼키려고 진을 칩니다.
야베스 사람들은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항복할 준비부터 합니다.(삼상 11:1)

오, 힘 없는 공동체의 비극이여!
오른쪽 눈을 모두 뺀다면 항복을 받아주겠다니.
모욕도 이런 모욕이 어디에?

야베스가 당한 모욕을 계기로 사울이 이름 뿐이던 왕에서 명실상부한 왕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전하는 항복조건 소식을 들은 사울에게
감정적 분노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의로운 분노가 발동됩니다.(삼상 11:6)

사울이 하나님의 영에 붙들린 거룩한 분노를 발동하여 목숨을 걸고 전쟁에 승리함으로 비로소 왕권이 확립됩니다.
(삼상 11:7-15)

어떤 사람이든지 리더십을 인정받기까지는 자리에 걸맞는 댓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으로는 결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거룩한 분노를 통해서 암몬 사람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명실상부한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우뚝 선 사울을 보며 
배워야 하리라.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지마라.
반드시 댓가를 지불할 준비를 하라.
감정적 분노를 넘어 거룩한 분노를.
자기 역할을 감당할 전문성을 제고하라.(전 10:10, 잠 22:29)

주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거룩해야 할 성전이 장사꾼의 소굴로 변질된 것에 거룩한 분노를 발하셨습니다.(요 2:13-17)

다윗 또한 하나님을 조롱하는 블레셋과 골리앗에게 목숨을 걸고 거룩한 분노를 발동했습니다.(삼상 17:26, 45)

종교개혁의 상징 루터는 면죄부를 판매하는 천주교에 거룩한 분노를 느끼고 목숨을 걸고 비텐베르그 성 교회 게시판에 95개조 항의문을 붙였습니다.

감정적 분노를 넘어서는 거룩한 분노.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는 통로로 사용됩니다.
혹시 거룩한 분노에는 눈을 질끈 감고,
감정적 분노만 수시로 발동하지는 않는지요?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