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게 하소서
신명기 3장을 읽으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오래 전 그리스도인 배우들의 헌신적인 수고로 만들어진 뮤지컬 "건너가게 하소서"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가슴 한켠에 새겨져 있습니다.
한편의 뮤지컬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듯,
한번 왔다가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다짐하기에 충분한 대작이요 걸작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면 더욱 좋겠지만,
적어도 한 두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감동을 주며 살아야 하리라.
성지순례의 한 지점인 느보산에 가면 모세를 기념하는 각종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느보산과 비스가산?
느보산과 비스가산은 어떤 사이?
느보 산에 올라 비스가 산꼭대기에 이르매(신 34:1) 라는 기록을 보면, 산의 이름이 느보산이며 모세가 오른 봉우리가 비스가 봉우리일 것입니다.
설악산 대청봉.
지리산 천왕봉.
북한산 백운대 쯤으로 읽으면 큰 무리는 없으리라.
느보산에서 가나안을 내려다보며
"건너가게 하소서!"
피토하듯 부르짖었을 모세를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모세를 생각나게 하는 각종 조형물들은 조형물들일 뿐이었습니다.
모세의 심령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내 마음과 영혼은 신령한 것들로 가득찼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성전을 건축하고 십년 즈음에 은퇴를 결심하고 절차를 진행하면서 성전봉헌이라는 헌당식을 갖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헌당할 기회가 왔지만 완강하게 반대하는 분들이 계셔서 마음을 내려놓을 때,
내 심령을 지켜준 말씀이 신명기 3:26절 말씀이었습니다.
"그만해도 족하다"
모세 같은 위대한 지도자조차도 가나안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거늘,
하물며 나처럼 부족하기 짝이 없는 종이거늘...
입당 후 십년 넘게 목회하고 여한이 없을 만큼 설교하고 가르칠 수 있었거늘,
더는 미련을 두지 말지어다!
여호수아를 후계자로!(신 3:28)
성공을 넘어 승계로.
많은 교회들이 전임자와 후임자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칼로 무우를 자르듯 싹둑싹둑 베어내기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이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교회마다 형편이 다르니 정답이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더 어렵고 지혜와 겸손 그리고 내려놓음과 마음 비우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성공을 넘어 원만한 계승이 이루어지기까지, 구성원들의 지혜와 겸손 그리고 기도가 요청되는 대목입니다.
생각과 선택의 방점을 어디에 찍을 것인가?
"건너가게 하소서"에 찍으면,
건너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한이 계속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만해도 족하다"에 찍으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축복과 은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저는 "그만해도 족하다"에 방점을 찍고 소망의 닻을 내렸습니다.(히 6:19)
그래서 어떠냐구요?
미안할 정도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내려놓는 은혜와 축복을 만끽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사야 55장에 기록된 것처럼 하나님의 생각과 길에 아멘하고 순종했더니 이사야 55장에 기록된 은혜와 축복을 누리게 해주셨습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길보다
높고,
깊고,
아름답고,
좋은 것들로 가득한,
하나님의 길과 생각에 아멘하고 순종하여 약속된 축복들을 누리며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샬롬!
구멍 난 바가지 전중식목사